“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출산에 영향을 주나요?”
지난 4일 화상 인터뷰에서 앤 고티에(Anne Gauthier)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비교가족학 교수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되물었다. 출산 감소의 원인을 단일 변수로 설명하려는 접근 자체가 한계라는 뜻이었다. 개인이 느끼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어떻게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에 스며드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세대와 성별 프로그램(GGP)’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고티에 교수는 네덜란드 GGP를 총괄하며 30여 개국, 30만 명 이상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 온 국제적 인구학자다. GGP의 핵심 조사인 ‘세대와 성별 조사(GGS)’는 만 18∼79세 개인을 대상으로 3년 간격으로 동일한 사람을 반복 추적하는 패널조사다. 특정 시점의 태도만 묻는 단면조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인식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출산 연구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GGS는 출산과 결혼 같은 가족 형성 과정뿐 아니라 노동과 소득, 주거 안정성, 건강, 성 역할 인식, 가치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폭넓게 조사한다. 고티에 교수는 “사람들은 현재의 소득 수준만을 보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일이 지속될지, 집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계가 안정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가 출산 결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은 통계표에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개인의 선택을 장기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저출생이 심각한 한국은 지난해부터 ‘저출생·가족패널조사’를 통해 GGP 국제조사에 공식 편입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결혼·출산 문제도 동일한 설문 틀 안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고티에 교수는 “같은 정책을 시행해도 나라별로 효과가 다른 이유는 개인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지원은 비슷해 보여도, 노동시장 안정성이나 주거 예측 가능성, 성별 역할 규범은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 장려금이나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출산은 ‘혜택의 크기’보다 ‘미래가 감당 가능한가’에 대한 판단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과 가족을 병행해도 삶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예상 가능한 경로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출산은 다시 선택지로 올라온다.
고티에 교수가 던진 질문은 결국 한국 사회를 향한다. 저출생의 원인은 개인의 가치관 변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구조에 있다.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를 덜 두려워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한국 저출생 해법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GGP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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