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이 국가 행사 개최를 이유로 예정된 결혼식을 돌연 취소하면서, 피해를 입은 예비부부들에게 예식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통상 억대에 달하는 고급 호텔 예식 비용 전부를 환불해주고,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날짜로 다시 예식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은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조치다.
보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식음료와 연회장 사용료 등 계약된 예식 관련 비용을 한 푼도 빠짐없이 책임지고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예식 규모나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신라호텔 예식은 보통 1억~2억 원대가 들어간다. 따라서 단순 환불 수준을 넘어, 고객이 준비한 결혼식이 실제로 치러진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호텔 측은 일정 변경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새로운 날짜를 잡아줄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이를 둘러싼 국가 차원의 외교 행사들이 있다. 세계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대거 방한하면서 서울 주요 호텔들의 연회장과 숙박 시설이 대규모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호텔 역시 행사 지원과 보안 문제 등으로 일부 예약을 부득이하게 취소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일반 고객의 결혼식 일정이 조정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혼식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식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평생에 한 번뿐인 순간으로, 수개월 이상 준비를 거쳐 진행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는 심리적 충격과 혼란을 안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라호텔이 ‘전액 보상’이라는 파격적 대응책을 내놓은 것은 단순한 환불 차원을 넘어, 고객 신뢰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호텔 이미지 관리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돌발 상황으로 예식이 취소된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 위약금 지급이나 일부 보상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억대 비용 전액을 책임지는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신라호텔이 고객 신뢰를 중시해 선제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향후 업계 전체에 새로운 기준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세부적인 지원 범위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호텔 측은 “개별 고객과 협의 중”이라는 원칙만 밝히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예식비 전액 보상에 드레스, 사진, 장식 등 외부 업체 비용까지 포함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실제 피해 보상의 범위는 고객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소비자 단체에서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 행사라는 특수한 사유로 인한 계약 취소라 하더라도, 개인의 중대한 생활 의식을 방해받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배상 기준이 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동시에, 신라호텔의 사례가 업계 전반에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관행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예비부부들에게 결혼식은 삶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그날을 위해 들인 노력과 비용, 그리고 감정적 가치는 금전으로 단순 환산하기 어렵다. 신라호텔의 이번 결정은 그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동시에 브랜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번 사례가 앞으로 호텔과 예식업계의 고객 보호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