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3주 연속 오르며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올라 3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2년간 누적 상승률은 9.2%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경기(7.4%), 인천(7.2%)도 크게 오르며 수도권 전반의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서울 전셋값은 1.7% 상승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인 0.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수요는 꾸준한 반면 신규 입주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심 접근성과 교육 환경, 교통망이 좋은 지역일수록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져,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전세난은 결혼을 앞둔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취업난 속에 어렵게 직장을 잡고도, 독립이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대 전세 보증금이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의 평균 연봉으로는 서울 전세금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 부모의 도움 없이는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높은 주거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비혼·만혼’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문제는 단순히 결혼 시기를 늦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결혼 이후에도 주거 불안은 이어진다. 신혼부부가 전세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갱신 시점마다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청년 세대는 “결혼은 사랑보다 전세금”이라며 씁쓸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주거 안정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 구조는 오히려 혼인을 막는 ‘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를 인식하고 각종 신혼부부 전·월세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의 무주택 가구 주거비 지원, 인천시의 주담대 이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전세금 상승 속도가 지원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탓이다. 특히 중산층 청년층은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을 넘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정작 필요한 사람은 못 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 확대와 금융 지원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보증금 대출 금리 완화, 중장기적으로는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이 해법으로 꼽힌다. 나아가 주거 안정 없이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각종 저출산 대책도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거 문제 해결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전셋값 상승은 단순한 시장 지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불균형을 드러내는 경고음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물론, 최소한의 전셋집조차 얻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삶의 설계는 흔들리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전셋값 앞에 발길을 멈추는 상황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