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이 10년에 걸친 긴 갈등 끝에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확정하며 두 사람의 이혼을 최종 결정했다.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한 지 10년 만, 1988년 결혼 이후 35년 만의 결별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혼인관계는 공식 종료됐지만, 재산분할 문제는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됐다. 법원은 “SK 주식이 부부의 공동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경영 기여도와 재산 형성 기여 비율 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원심을 일부 파기했다. 따라서 재산분할액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법정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2심은 노 관장이 가정 내외에서 최 회장의 경영 기반 조성에 기여했다고 판단해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최 회장은 “SK 지분은 창업자의 승계로 얻은 고유재산이며 부부공동재산이 아니다”라며 상고했고, 대법원이 이혼만 확정한 채 재산분할 판단을 다시 내리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와 국내 대표 재벌가 후계자의 결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한 언론에 혼외 자녀의 존재와 새로운 동반자와의 관계를 공개하며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노 관장은 이후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2017년 이혼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긴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이번 판결로 혼인관계는 완전히 종료되었지만, 거액의 재산분할 쟁점을 둘러싼 후속 소송은 계속된다. 특히 법원이 SK 지분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할 경우, 한국 사법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재벌가의 이혼’이 아닌 혼인 중 경제적·비경제적 기여의 법적 가치를 가늠할 기준으로 보고 있다. 배우자의 경영 조력과 가사노동이 기업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그리고 이를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향후 판결은 향후 재산분할 제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총수로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상태이며, 노 관장은 서울 종로구에서 아트센터 나비를 운영하며 예술·문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긴 시간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세기의 이혼’이 마침내 마무리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다만 남은 재산분할 재판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여전히 재계와 법조계의 큰 관심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