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님희 의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부모의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여전히 제도권 밖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보건복지부가 이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법무부의 2024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총 5,18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3명이 사망, 22명이 유기, 131명이 행방불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당시 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불법 체류 신분 탓에 행정망 밖에 놓여 있었으며, 출생 사실조차 국가에 신고되지 않은 채 존재가 지워져 있었다.

사망 아동의 상당수는 병사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니 사망신고도 불가능하고, 병원 진단이나 장례 절차조차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법적 신분이 없어 의료·교육·복지 어디에도 접근할 수 없는 아동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복지부는 이를 인지하고도 실질적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3년 미등록 영아 사망 사건 이후 **‘출생통보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내국인만 적용되고 외국인 부모의 자녀는 여전히 제외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이라도 행정기관에 자동으로 출생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법무부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아동은 이름조차 없이 살아가거나, 보호시설을 떠돌다 실종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일 경우, 아동은 의료보험 가입은 물론 예방접종, 유치원 등록 등 기본적인 복지 서비스조차 이용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보건소를 통해 미등록 아동의 무료 진료를 시도했지만, 법적 신분 확인 절차에 막혀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출생등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국가가 인정하는 첫 단계”라며, “외국인 아동이라도 출생 즉시 최소한의 신분 보장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의원은 “복지부는 미등록 아동의 실태를 알고도 법무부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아동의 생명권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출생통보제의 외국인 적용을 포함하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생조차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 이름 없는 이들의 통계는 국가의 복지망이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국경을 넘어, 아동의 생명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를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