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상징이 등장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의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전 중의원 의원이 일본 역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이 된 것이다.


야마모토 다쿠(73)는 1952년 후쿠이현 출신으로, 호세이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1983년 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0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8선 의원으로 활동하며 자민당 내 중진으로 자리 잡았다. 아베 신조 내각 당시 농림수산부 부대신을 맡아 지역 농정과 예산 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정치 현장에서 시작됐다. 국회의원 동료로 만나 결혼했지만, 일본 법상 부부는 반드시 같은 성(姓)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어느 쪽 성을 따를지를 두고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승자는 다카이치 사나에였다. 이에 남편의 법적 이름은 ‘다카이치 다쿠(高市拓)’로 등록됐고, 본래 이름인 ‘야마모토 다쿠’는 사회생활에서 사용하는 통명으로 남았다.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은 2017년 정치적 입장 차이로 갈등을 겪다 결국 이혼했다. 당시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 노선을, 야마모토는 보다 온건한 정책 노선을 추구하며 정책적 충돌이 이어졌다. 하지만 4년 뒤인 2021년, 두 사람은 다시 재결합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 재혼 당시 다카이치의 설명이었다.

이후 야마모토는 2024년 중의원 선거에 재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현재는 ‘퍼스트 젠틀맨’으로서 다카이치 총리의 공식 일정에 동행하며 조용히 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언론은 그를 “정치적 동반자이자 든든한 후방 지원자”로 평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식에서 “남편은 인생의 동반자이자 정치적 조언자이며, 서로 다른 경험이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퍼스트 젠틀맨’의 등장은 일본 사회에서 여성 리더십의 상징이자, 부부 관계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편 일본 주요 언론들은 “보수의 심장부에서 태어난 최초의 여성 총리와 그 남편의 조합은 일본 정치문화의 변화를 예고한다”며 “이혼과 재결합을 거친 두 사람의 관계는 ‘현대적 동반자 부부’의 전형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