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UCL) 생식의학 전문가 헬렌 오닐(Helen O’Neill) 박사는 ‘뉴 사이언티스트 라이브(New Scientist Live)’ 행사에서 “체외수정(IVF)으로 태어난 아기 중 남아의 비율이 자연 임신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닐 박사팀은 최근 수년간 영국 내에서 태어난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출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아 비율이 52% 이상으로 집계돼 자연 임신 시 평균인 50% 내외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현상의 원인으로 배아 배양 과정의 온도, 시기, 배아 선별 과정에서의 미세한 생물학적 편향 등을 꼽았다.

특히 배아를 체외에서 며칠간 배양하는 과정에서 남성 염색체(XY)를 가진 배아가 여성 염색체(XX)보다 세포 분열 속도가 다소 빠르고 생존율이 높다는 점이 남아 출생 비율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추정됐다.

오닐 박사는 “체외수정 기술이 생명을 잉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섬세한 균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의학적 통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향후 생식의학 기술 발전 방향과 윤리적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생명의 시작이 과학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만큼, 기술이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