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가구가 결혼을 준비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적정 주거 면적은 평균 전용 7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68.1㎡보다 크게 넓어진 수치다. 결혼을 계기로 공간적인 여유, 방 개수, 생활·재택·자녀 계획까지 고려한 현실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거비 부담이 커졌지만 ‘새 가정을 꾸리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간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가 16일 공개한 2024년 주거실태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 6만1000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거주자의 실제 주거 경험과 요구를 반영한 대표적인 국가 통계로, 향후 주거 정책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핵심 자료다.
조사 결과, 결혼 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주거 형태에서는 아파트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다. 미혼 가구가 선택한 1순위는 아파트 전세(41.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아파트 자가(37.5%), 다세대주택 전세(5.4%), 연립주택 전세(3.1%)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미혼 세대가 결혼 즉시 주택을 구매하기보다는 전세로 거주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고 이후 자가 구매를 고려한다는 현실적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아파트의 안전성, 관리 효율, 교통·교육 환경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주거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에서도 주택 마련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혼 가구가 결혼 시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정책은 주택구입 대출이 55.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전세보증금 대출(30.2%), 공공임대주택 공급(10.8%), 매월 주거비 지원(3.7%) 순이었다. 특히 주택구입 대출이 절반을 넘은 것은 최근 금리·물가 상승과 집값 고점 논란 속에서도 내 집 마련의 심리적·경제적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기 자산 축적이 어렵고 부모 세대의 지원 없이 독립적인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청년층의 부담이 실제 정책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주택 가격 부담을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인 PIR(Price Income Ratio) 역시 실태를 명확히 반영했다.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중간 PIR은 13.9배로,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다음으로 PIR이 높은 지역은 세종(8.2배), 경기(6.9배), 대구(6.7배), 인천(6.6배) 순이었다. 수도권의 PIR은 전년 8.5배에서 8.7배로 증가해 주택 구매 부담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줬고, 도 지역도 3.7배에서 4.0배로 상승했다. 광역시는 6.3배로 전년과 동일해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이어졌다.
전·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의미하는 RIR(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전국 임차가구 기준 15.8%로 전년과 동일했다. 이는 세입자들이 매달 소득의 약 6분의 1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역별로는 부담이 소폭 개선됐다. 수도권은 20.3%에서 18.4%로 낮아졌고, 광역시는 15.3%에서 15.2%, 도 지역은 13.0%에서 12.7%로 하락했다. 전·월세 시장의 전반적 안정세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주거정책 설계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주택구입 대출과 전세보증금 지원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금융 접근성 완화와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PIR과 RIR처럼 주거비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주거취약계층 지원, 공공임대 공급, 청년·신혼부부 주거사다리 개선에 정책적 집중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결혼, 출산, 이동 등 삶의 주요 전환점에서 주거문제가 중요한 결정 요인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거비 부담”이라며 “주거 지원정책과 청년 자산형성 정책을 연계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