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혼부부 사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뒤로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한국의 혼인신고 지연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그 이유 대부분이 ‘결혼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제도 구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가 인용한 한국 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결혼한 부부의 약 19%가 혼인신고를 1년 이상 미뤘으며, 2년 이상 지연한 비율도 9%**에 달했다. 사회적·문화적으로는 분명히 ‘기혼’이지만, 법제도상 ‘미혼’ 신분을 유지하는 부부가 다섯 쌍 중 한 쌍꼴로 등장한 셈이다.
■ 혼인신고가 불러오는 ‘부동산·대출 불이익’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주거와 금융 규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목한다.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부부의 소득이 합산되면서 ▲청년전세자금대출 자격 상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조건 불충족 ▲부부합산 소득 기준 초과로 각종 주거지원 탈락 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특히 서울·수도권 전세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청년 대출은 신혼부부가 가장 먼저 의지하는 제도다. 그러나 혼인신고를 하면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간주돼 기존 대출이 막히거나 상환 요구를 받는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식은 하되, 신고는 집을 마련한 뒤에 하자”는 식의 ‘전략적 미혼’이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 복지·세제에서도 ‘미혼이 유리한 구조’
문제는 주거 정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지원금·전입지원금 기준이 서로 다르고, ‘혼인신고 후 전입 기간’을 엄격하게 보는 지자체도 있어 실제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례도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전입 기간이 짧더라도 실제 거주가 확인되면 지원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경직된 조례 운영에 제동을 걸었지만, 현장의 불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건강보험 피부양자·사회보험료 부담에서도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결혼하면 비용만 늘어난다”는 체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 결혼의 의미가 ‘축복’에서 ‘리스크’로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편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경제·주거의 문제로 깊이 연결된 지금, 혼인신고 지연은 ‘탈(脫)결혼 문화’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혼인 건수 감소, 늦어지는 출산, 가족 형태의 다양화 등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제도가 여전히 ‘전통적 가족 모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 “혼인신고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현실”
현장에서 만난 신혼부부들은 “제도의 불합리함이 문제지, 우리가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주거, 대출, 복지에서 미혼 신분이 더 유리한 상황에서는 혼인신고가 ‘축복’이 아닌 ‘페널티’가 되는 역설적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혼인신고가 불이익을 가져오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장 미혼은 더욱 확산할 것”이라며 “가구 단위 정책을 개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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