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출산율 위기’를 정면으로 꺼냈다. 20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가족과 문화·예술 심포지엄’ 연설에서 그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48명에 머문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출산율 재앙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구 대체수준 2.1명과는 상당한 격차다. 단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하락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튀르키예의 출산율은 지난 20년간 빠르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2명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2010년 이후 완만한 하락을 거쳐 최근에는 유럽 주요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 이유로 ‘개인주의 확산’을 지목했다. 그는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하며 우리가 더 외로워지고 있다”며 공동체 문화 약화를 우려했다. 단순히 인구 감소를 넘어 사회적 결속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 보조금, 육아지원금, 근로시간 유연화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 왔다. 그러나 경제 불안정, 물가 상승, 청년층의 고용·주거 불안 등 구조적 요인 앞에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2021년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은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더욱 미루게 하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출산율 1.48명은 이러한 복합적 불안이 집약된 지표다.

출산율 하락은 비단 튀르키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일본, 남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비슷한 경고음을 듣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수치는 정치·사회적으로 충격이 크다.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적 문화가 강하고 평균 초혼연령도 유럽보다 낮았던 국가였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경종이 매우 크게 울리고 있다”고 표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해법이다. 단기적 현금 지원만으로는 출산율의 구조적 하락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확인됐다. 양육비 부담과 일·가정 양립, 주거 안정성, 경제 전망 등 사회 전반의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출산율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튀르키예도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있으며 이번 대통령 발언은 단기 대책의 성과 한계를 인정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출산율 1.48명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는 젊은 세대의 삶, 국가 경제의 체력, 사회문화적 변화가 모두 얽혀 있다. 에르도안 정부가 ‘재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절박한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위기 인식만이 아니라 실제로 삶의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회복시키는 장기 전략이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미 겪고 있는 문제를 튀르키예가 어떻게 풀어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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