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녀 한 명을 고등학교 3학년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약 2170만 엔(약 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비 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024년 일본의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70만 명 아래로 떨어져 저출산과 인구 감소의 이중 위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는 2024년 11월, 0세부터 18세까지 첫 자녀를 둔 어머니 4166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의류, 식비, 의료비, 생활용품 등 항목별로 연간 지출을 조사한 이 연구는 예금과 보험을 제외한 순수 양육비 총액이 18년간 2172만7154엔에 이른다고 밝혔다. 출산 직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평균적으로 약 2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연령대별 지출을 살펴보면 미취학아동(0∼6세)의 연간 양육비는 89만∼110만 엔 수준이며, 초등학생은 114만∼131만 엔으로 증가했다. 사교육·교통비·학교 준비물 등 지출 비중이 확대되는 중학생 시기에는 156만∼191만 엔, 고등학생은 181만∼231만 엔으로 평균 지출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간 지출은 231만 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생후 2세 시기가 89만 엔으로 가장 적었다. 센터는 “중·고교 진학 시기에 지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양육비 부담이 가계에 미치는 압박을 지적했다.
양육비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은 일본의 저출산 지표와 맞물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4년 인구동태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같은 해 출생아 수는 68만6173명으로 처음으로 70만 명을 밑돌았다. 출생아 수 감소는 2016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반등의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전국 평균 1.20에서 1.15로 떨어져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사망자 수는 160만5378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자연 감소 규모는 처음으로 90만 명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베이비붐 세대인 1947∼1949년생이 모두 75세 이상이 되면서 일본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출생 감소와 사망 증가가 겹치며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양육 세대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출산·육아 일시금을 기존 42만 엔에서 50만 엔으로 인상했으며, 아동수당은 소득 제한을 없애고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한 급여를 증액했다. 임신 중 여성에게 지급되는 10만 엔 규모의 지원금도 도입했으며, 대학 등록금·입학금 감면과 장학금 확충을 통해 고등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진행 중이다.
2026년 이후에는 ‘아이·양육지원금’ 제도를 신설해 영유아라면 누구든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보육 체계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육아 기간 중 부모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지원책이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과 출산·양육 불안을 완화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정책과학연구부의 다케하라 겐지 부장은 “언제, 어느 시기에 비용이 집중되는지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양육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낮추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육 비용뿐 아니라 주거, 교육, 노동시장 구조 등 일본 사회 전반의 환경이 동시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출산 감소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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