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삶을 이어갈 길을 찾아낸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거리마다 상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파괴된 도시의 한복판에서 신혼부부 54쌍이 전통 의상과 정장을 차려입고 행진하는 모습은, 남겨진 이들이 다시 살아가겠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선언처럼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 대부분을 앗아갔다. 폭격과 잦은 교전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은 거의 사라졌고, 많은 이들은 약혼한 상태로 몇 년째 결혼을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휴전이 찾아오면서, 작고 소박한 형태이거나 여러 커플이 함께 치르는 합동결혼식이 조금씩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 공동체가 서로를 끌어안고 삶의 연속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날 합동결혼식의 풍경은 과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축제와는 달랐다. 화려한 장식도, 북적이는 만찬도 없었다. 대신 신랑·신부들은 잔해로 남은 건물 사이를 조심스레 걸으며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 파괴된 도시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웃음은 더 선명하게 빛났다. 결혼식을 치른 에만 하산 라와와 히크마트 라와 부부는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와 친척, 친구를 전쟁 속에서 잃은 이들이지만, 두 사람은 “벽돌 하나하나 다시 쌓아갈 것”이라며 스스로의 삶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결혼식은 단순한 개인적 행사가 아니다.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모두 모여 춤과 음악, 음식으로 축하하는 공동체적 의례에 가깝다. 그러나 전쟁은 이런 전통의 형태마저 바꾸어놓았다. 이번 합동결혼식은 축제의 풍성함을 대신해 절박함과 용기로 채워졌고, 그럼에도 사회학자들은 이 결혼식이 “전통과 생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회복의 행위”라고 말한다. 파괴된 도시에서 결혼을 선택하는 일은,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장 확고한 선언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후원을 받는 인도주의 단체 ‘알 파레스 알 샤힘’이 마련했다. 단체는 결혼식 진행과 함께 각 부부에게 소액의 지원금과 생필품을 제공하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폭격의 잔해 위에서 드러난 신혼부부들의 미소는, 전쟁이 아무리 길고 잔혹해도 인간이 서로를 붙잡고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까지는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폐허 위에 선 이들의 작은 행진은, 가자지구의 내일을 다시 꿈꾸게 하는 가장 큰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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