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나 양질의 인간관계가 비만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감정적 만족감을 넘어, 뇌 기능과 장내 미생물, 호르몬 분비까지 변화시키는 생물학적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UCLA 연구팀은 성인 94명을 대상으로 정서적 관계의 질이 섭식 행동과 체질량지수(BMI)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참여자들은 관계에서 얻는 정서적 지지 수준에 따라 네 개 집단으로 나뉘었다. ‘정서적 지지가 높은 결혼 관계’, ‘정서적 지지가 낮은 결혼 관계’, ‘정서적 지지가 높은 미혼’, ‘정서적 지지가 낮은 미혼’ 등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과 대변을 채취하고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 관계의 질이 몸의 내부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서적 지지가 높은 결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BMI가 더 낮았고, 음식 중독이나 폭식 충동과 같은 섭식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음식 사진을 볼 때 욕구 통제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활성도가 다른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음식을 보더라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억제 신호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뇌 억제 회로’가 보다 강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혼 그룹은 정서적 지지 정도와 관계없이 뇌 활성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UCLA 연구팀은 미혼의 경우 사회적 관계가 비교적 다양하고 유동적이어서, 감정적 지지의 수준이 단일한 뇌 반응 패턴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내 미생물에서도 차이는 선명했다. 정서적 지지가 큰 그룹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트립토판 대사물질이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트립토판 대사물질은 염증을 억누르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며, 세로토닌 같은 기분·사회성 조절 물질 생성에도 관여한다. 정서적 안정이 장내 생태계까지 개선해 전신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 모든 생리적 변화의 중심에 ‘옥시토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아르파나 처치 박사는 “옥시토신은 뇌와 장을 동시에 조율하는 지휘자 같은 물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결혼을 하는 사람은 옥시토신 분비가 풍부해지면서 과도한 식욕 신호가 낮아지고, 장내 미생물 구성도 더 건강한 쪽으로 재편된다”고 분석했다. 즉, 사람과의 관계가 원활할수록 몸 안의 호르몬과 미생물이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처치 박사는 비만 치료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비만 개선은 식단 조절과 운동이 핵심으로 여겨졌지만, 건강한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라며 “정서적 지지와 친밀한 관계는 정신적 안정감을 넘어, 생물학적으로도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는 좋은 결혼이나 신뢰 기반의 가까운 관계가 단순한 심리적 위안을 넘어, 몸 전체의 대사를 조절하는 생물학적 구조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인간 관계의 질이 건강의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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