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만 현장에서 제왕절개가 사실상 ‘주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 3명 중 2명은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분만이 더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출산 방식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분만 건수는 23만6919건이었다. 이 가운데 제왕절개가 15만8544건(66.9%), 자연분만이 7만8375건(33.1%)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 비율이 자연분만의 두 배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2019년 이후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방식의 차이가 무려 8만 건 이상으로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자연분만이 더 많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제왕절개가 역전했고, 이후 증가세는 가팔랐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고령 산모의 증가, 산모의 선호 변화,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회피 심리 등을 함께 꼽는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고령 산모일수록 자연분만이 어려워지고 조산·출혈·태아 스트레스 등 위험이 높아져 제왕절개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10년 전보다 약 1.7세 상승했다. 첫아이 출산 나이가 35세를 넘기는 사례도 흔해지면서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산모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 없이 확실하게 출산하고 싶다”는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자연분만의 장점은 분명하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입원 기간도 짧은 데다, 수술 부위 감염 위험이나 절개 통증 부담도 없다. 자연분만 산모의 모성 사망률은 10만명당 0.2명으로 제왕절개(2.2명)에 비해 11배나 낮다.
그럼에도 제왕절개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의료계는 “산모의 선호뿐 아니라 의료진의 책임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연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은 제왕절개를 우선 제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출산 연령 증가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고위험 산모 관리 강화와 자연분만 환경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령 산모가 늘어난 사회에서 자연분만 비중만을 문제 삼기보다, 각각의 방식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확충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산 방식의 변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인구·가족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제왕절개가 일상화된 지금, 출산 경험의 질과 안전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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