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국 쓰촨성 원촨을 덮친 강진은 8만 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를 남긴 비극이었다. 그러나 폐허 속에서도 용기와 생명,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랑으로 피어난 한 인연이 뒤늦게 중국 사회에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대지진 당시 구조된 10살 생존자 소녀와 그녀를 구해낸 22살 군인이 12년 뒤 우연한 재회 끝에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합동 결혼식에 참여한 27쌍의 신혼부부 가운데 량즈빈과 류시메이 커플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바로 2008년 5월 12일, 쓰촨성 원촨 대지진 발생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2세였던 군인 량즈빈은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투입된 구조대원이었고, 폐허가 된 건물 2층 잔해 속 철근과 벽돌 사이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깔려 있던 10살 소녀 류시메이를 발견했다. 무너진 공간은 구조조차 쉽지 않은 좁은 틈이었지만, 량과 구조팀은 4시간 가까운 사투 끝에 류를 꺼내 병원으로 후송하는 데 성공했다. 류는 결국 생명을 건졌고, 회복 후 가족과 함께 후난성 주저우로 이주했다.

류는 그날의 순간을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흐릿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많은 구조 인력 속에서 소녀가 정확히 기억을 간직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두 사람의 길이 다시 만난 것은 2020년. 성인이 된 22세 류가 부모와 식사하던 창사의 한 식당.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성을 본 류의 어머니가 “너를 구해준 군인을 닮았다”고 말한 것이 운명 같은 재회의 첫 단서였다. 놀란 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혹시… 저를 구해주신 군인이 맞나요?”라고 물었고, 량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달라져서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 짧은 순간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다시 인연을 이어갔다. 연락이 쌓여갈수록 류는 단순한 감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됐고, 결국 먼저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류는 “고마워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내며 ‘평생 맡길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량 역시 류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는 “류는 내 삶의 한 줄기 빛”이라며 “힘든 순간마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그녀를 구한 건 군인으로서의 의무였지만, 지금 그녀를 사랑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하며 “12년 전엔 내가 그녀를 구했고, 12년 후엔 그녀가 나를 구했다. 운명은 정말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사연이 중국 SNS에 전해지자 “하늘이 맺어준 인연”, “잔해 속에서 시작된 사랑”, “현실판 동화 같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졌다. 대지진의 아픔에서 피어난 희망의 이야기, 그리고 12년의 시간이 완성한 인연이 중국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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