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동시에 출산을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상당수 신혼부부가 아이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출산 시점을 뒤로 미루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혼인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혼부부 내부에서도 ‘무자녀 신혼’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출산율 반등 논의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중은 48.8%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로,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은 아이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전체 신혼부부 수는 95만2000쌍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그 안에서 출산을 늦추는 경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혼인 연차별로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혼인 15년 차는 모두 감소했다. 최근 혼인 건수가 일부 회복되며 결혼 초기 부부는 늘었지만, 이들이 곧바로 출산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결혼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출산을 고려하거나, 아예 출산 계획을 미루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가치관 변화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거비 부담과 불안정한 고용, 높은 양육비가 결혼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출산 결정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부담은 신혼부부에게 ‘집 마련 후 출산’이라는 조건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하나의 묶음으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도 영향을 미친다. 결혼은 삶의 선택 중 하나가 됐지만, 출산은 여전히 큰 경제적·사회적 결단으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신혼부부는 출산을 ‘당장의 선택’이 아니라 ‘상황이 허락할 때 가능한 선택’으로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혼인 12년 내 신혼부부 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그러나 무자녀 신혼부부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혼인 회복이 곧바로 출산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출산은 계속해서 ‘나중의 선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통계는 저출산 문제의 초점이 결혼 장려를 넘어, 결혼 이후의 생활 안정으로 옮겨가야 함을 보여준다. 신혼부부 절반이 아이 없이 출발하는 시대에, 출산을 유도하기 위한 해법 역시 결혼식 이전이 아니라 결혼 이후의 삶을 어떻게 지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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