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이 지난해 합계출산율 1.43명이라는 ‘역사상 최저치’에 직면하면서, 출산율 반등을 위한 국가적 과제를 재정비하고 있다. 오사 한슨 스웨덴 출산율국가조사위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스웨덴의 출산율 저하는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닌, 세대 간 불평등 구조가 심화된 결과”라며 “출산·양육 환경의 재구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평균 2명 안팎을 기록하며 유럽 국가 중에서도 안정적 수준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 경제·사회 구조가 급변하면서 출산율이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43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스웨덴統計청(STATISTICS SWEDEN)이 집계를 시작한 175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에서도 출산율 저하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한슨 위원장은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 청년들은 1980~90년대에 비해 주거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고, 안정적 일자리로의 진입도 늦어졌다”며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스웨덴에서 첫 자녀를 낳는 평균 연령은 2000년 남성 31세, 여성 28세에서 최근 남성 33세, 여성 30.5세로 상승했다.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출산 연령 지연’ 현상이 스웨덴에서도 본격화된 셈이다.
한슨 위원장이 특히 강조한 키워드는 ‘세대 간 불평등’이다. 고령층은 안정적인 연금·주택·자산 구조를 누리는 반면, 젊은 세대는 높은 물가와 치솟는 주거비에 직면해 출산 여력 자체가 약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출생률 자체가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며 “청년층의 삶의 기반을 강화하고 고령층 중심의 복지 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기존의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의 주거 비용 부담 완화 ▲육아휴직의 경제적 손실 축소 ▲성평등 기반의 돌봄 체계 확대 등이 과제로 지목된다. 스웨덴은 이미 남녀 모두에게 긴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아빠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빠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휴직의 기회는 있지만 실제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스웨덴 특유의 높은 조세 부담도 출산·양육 계획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소득·고세율 구조는 복지 확충에는 효과적이지만, 임신·출산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체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슨 위원장은 “세금을 줄이라는 뜻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부담을 탄력적으로 완화해 생애주기 전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스웨덴의 출산율 하락은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전반이 겪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청년 세대가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어야만 출산 의지가 생긴다. 이는 단순히 복지 확대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가치·환경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1.43 쇼크’는 강력한 복지국가도 예외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주며, 출산율 반등을 위한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출산 #결혼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