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지원 무료 웨딩 촬영.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의 저출생 대응 정책이 합계출산율 반등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출산 축하금 위주의 단편적 지원을 넘어 청년의 만남부터 결혼,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수요자 맞춤형 정책을 설계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지난해 구의 출생아 수는 1411명으로 전년 대비 8.45%(110명)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0.62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위를 기록해 전년보다 4계단 상승했다. 인구 감소 흐름이 고착화된 서울에서 이 같은 반등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전환의 출발점은 문제 정의였다. 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저출생 대응 정책 연구용역’을 실시해 저출생의 출발점을 ‘비혼 증가’에서 찾았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에 앞서, 청년들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도입한 미혼 남녀 만남 프로그램 ‘썸대문’은 성과가 뚜렷했다. 지난 4월 벚꽃 명소인 서대문 안산과 10월 반려동물복합문화공간 내품애(愛)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평균 커플 매칭률은 72%에 달했다.
결혼 단계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병행됐다. 구는 올해 9월부터 서대문 안산 잔디마당을 서울시 공공예식장으로 무상 개방했다. 신혼부부와 영아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 기념촬영을 지원해 ‘결혼 비용 장벽’을 낮췄다.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결혼 진입 과정에서 체감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출산 이후 정책은 ‘부모의 역할 분담’과 ‘양육 지속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서대문형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월 30만원씩 최장 12개월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143명에게 총 2억5964만원이 지급됐다. 또 2자녀 이상 가정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 시 입학축하상품권(둘째 10만원, 셋째 20만원)을 제공해 다자녀 가정의 초기 부담을 덜고 있다.
보육 인프라 확충도 눈에 띈다. 구는 서울형 키즈카페 4곳을 운영 중이며, 지난 9일에는 남가좌1동에 서울 최초의 ‘영영아(생후 12개월 미만) 전용 키즈카페’를 개관했다. 내년에는 홍제1동점과 홍제폭포점 등 2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결혼 이민자 아이 돌봄 인력 양성,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등 현장 체감도가 높은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대문구 사례가 저출생 대응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출산 직전·직후에 집중된 단기 지원을 넘어, 만남과 결혼이라는 전 단계부터 양육 환경까지 이어지는 ‘정책 사다리’를 촘촘히 구축했기 때문이다. 저출생 해법은 현금보다 경로 설계에 있다는 점을 서대문구가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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