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인연형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에서 처음으로 결혼한 커플이 탄생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3일 “‘나는 절로, 백양사’ 출신 결혼 1호 커플이 결혼 1주년을 맞아 다시 사찰을 찾아 주지 무공스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가 인연을 맺은 뒤, 1년 만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 커플은 명상과 참선, 다도 등 수행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히 마음을 비우고 힐링을 위해 참가했지만, 공통된 가치관과 소통 속에서 서로에게 끌렸다고 전했다. 결혼 후에도 사찰에서 배운 ‘마음 챙김’과 ‘양보의 수행’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평온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무공스님은 이들을 맞으며 “인연은 억지로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가오는 법”이라며 “두 분이 사찰의 고요한 기운 속에서 서로의 참된 마음을 알아본 것 자체가 수행의 결과”라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어 “이 인연이 오래도록 빛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나는 절로’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2021년부터 운영하는 인연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수행과 명상, 인연 토크, 공동체 체험을 결합해 미혼남녀가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사찰의 청정한 자연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비움 속의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은 연령대별, 관심사별로 세분화돼 운영된다. 특히 지난달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40대 특집에는 남녀 10명씩 선발하는 모집에 1000명 이상이 지원하며 경쟁률이 50대 1을 넘겼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내년부터는 참가 규모를 확대하고, 사찰별 지역 연계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다 다양한 만남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 첫 결혼 커플이 탄생한 만큼 내년에는 다수의 커플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찰이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인연과 가정을 잇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요한 산사의 차향처럼 은은히 이어진 인연이 백년의 약속으로 피어난 ‘나는 절로’의 첫 결실은,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잊어가는 시대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