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문화혼인(국제결혼)이 2만1450건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5.0%(1019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결과’에 따르면, 전체 혼인 건수 중 다문화혼인의 비중은 9.6%로, 혼인 10건 중 1건꼴이었다. 그러나 전체 혼인 건수가 감소한 탓에 비중은 전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혼인 유형별로 보면 외국인 아내와의 결혼이 71.2%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남편 18.2%, 귀화자 10.6% 순이었다. 외국인 아내와의 혼인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외국인 남편은 0.3%포인트 증가해, 과거 농어촌 중심이던 국제결혼이 도시 거주·전문직·유학생 등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혼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8.5세, 여성 31.2세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0.3세, 0.2세 상승해 결혼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의 초혼 연령은 평균 33세로, 유학·직장·온라인 등 자발적 교류 기반의 결혼 형태가 늘어나면서 혼인 연령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다문화 이혼은 전체 이혼의 8.7%를 차지해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2020년대 초반 꾸준히 증가하던 다문화 이혼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가 70% 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제적 문제’, ‘가정폭력’ 순이었다. 특히 결혼 5년 이하 부부의 이혼 비율이 절반에 육박해, 초기 적응기 갈등이 여전히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어·문화적 소통 프로그램 확대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안정세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출생 부문에서는 지난해 다문화 출생아가 1만7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출생아(약 24만 명)의 7.2%를 차지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전체 출생이 급감하는 가운데 다문화가정의 출생 비중은 꾸준히 유지되며, 저출생 완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출생아 중 약 75%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베트남·중국·필리핀 출신 어머니의 비중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단순한 수치 변동이 아닌 한국 사회의 다문화 전환기로 본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지연 교수는 “다문화혼인은 더 이상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인 결혼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혼인 연령 상승, 이혼 안정, 출생 유지 등은 다문화가정이 사회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문화혼인은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전체 비중이 소폭 낮아진 것은 혼인 감소의 구조적 영향이 크다. 결혼 자체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다문화혼인은 여전히 중요한 인구 보완 요인이다. 다만 이제는 단순한 ‘수치의 성장’이 아니라, 교육·보육·사회 통합 등 질적 지원 체계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한국 사회의 인구 다양성과 문화 포용력을 상징하는 지표다. 숫자의 증감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동등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